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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 2016

[전지훈련기 1탄] 제주도편 5일차

전날 술을 마시고 분명 숙소로 들어와서 샤워하고 자긴 했는데 어떻게 들어왔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일어나니 아직 머리가  어질어질했고, 샤워 후에 아침을 먹으러 가보기로 했다. 짐을 챙기고, 식사 장소로 가서 아침이 되느냐 물었지만 이미 아침식사는 끝난 뒤였다. 그리고 어제 밤 늦게까지 술을 같이 마셨던 반가운 얼굴들을 마주했다.

 

숙소에서 나오는 길

아쉬움에 단체사진을 찍고 작별을 했다. 나중에 보자고는 했지만 경험상 아마 정말로 보긴 힘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본격적으로 아침밥과 숙취 해결을 위한 대책을 생각했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노마네 카레라는 곳에서 굴라쉬를 판다는 것이 번뜩 떠올랐다.

 

 

 

 

마을안쪽의 황구

아…. 숙취….와 배고픔, 걸음이 빨라졌고 금세 마을까지 걸어올 수 있었다.

 

 

 
 
사진찍는걸 궁금해 하는 황구

하지만 절망적 이게도 가게가 없어졌는지, 쉬는 건지…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결국 이번 여행 중 계획하고 가려고 했던 곳들은 모두 영업하지 않았다…

 

 

 

 

황구와 친구들

반쯤 자포자기한 상태로, 아까 마을 입구에서 보았던 해산물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렇게 좀비처럼 길을 걷다가 발견한 해산물요리집

정말로 기대하지 않았다.

 

 

 

 

꿀맛, 보말라면!

난 보말라면, 여자친구는 보말국을 주문했고, 신세계를 맛보았다.  보말을 있는 대로 갈아서 조미료는 일체 넣지 않고, 청양고추와 콩나물로 라면을 만든 것이다. 이것은, 천국의 맛이다. 마치 꼬여있던 나의 내장을 녹여버리는 듯한 기분, 바다의 향기와 얼큰함이 어디서도 맛보지 못한 맛의 신세계로 초대했다!?

 

 

 

라면 따위가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어쩌면 보말라면이, 이번 여행의 최고의 수확일지도….

 

 

 

 

옆에서 식사를 하시던 마을 아저씨가 나눠주신 낚시로 잡았다는 돌돔 구이도 정말 끝내줬다. (저녁에 회 먹고 싶으면 낚시 장소로 오라고 초대도 해주셨지만, 뻗어버려서… 못 가고 말았다는 뒷이야기가…)

 

 

 

멋진 브런치를 마치고, 마을을 지나서 버스정류장으로 가기로 했다. 우리의 걷기 일정은 올레 1길 코스까지 였으므로, 오늘은 버스를 타고 조금만 걸어서 김영갑 갤러리로 가서 힐링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계획

 

 

 

 

마을 끝에 있는 버스정류장으로 가기 전에 화장실도 갈겸, 휴식과 카페인도 충전할 겸 카페로 왔다..

 

 

 

 

밖의 풍경을 구경하며 더운 여름날 카페에서 시원한 아이스 커피를 마시면 내가 정말 휴가와서 쉬고있긴 한것이구나… 라고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할머니들도 지나가고, 경운기도 지나가고 한참 밖을 구경하다가, 카페를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정류장 앞을 스쿠터로 지나가는 커플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젊은 커플이 스쿠터를 타고 앞을 지나갔다. 편하고 시원하고 멋져 보인다. 다음번엔 스쿠터로 한번 제주도를 돌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버스를 짧은 시간을 타고 김영갑 갤러리 정류장 앞에 내렸다. 우리의 마지막 마을인 삼달리, 다른 마을에 비해 넓은 밭이 많고, 좀 더 조용한 느낌이었다.

 

 

 

 

우리를 내려준 버스
 
 
 
 

내려서 5분 정도 걸어가니, 입구에 금방 도달할 수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니 작은 정원과 다양한 조형물 그리고 학교를 개조해서 만든 갤러리가 정말 멋지게 잘 어울렸다.

 

김영갑 작가는 1985년부터 오로지 제주의 풍경을 담기 위해 가족과 인연도 끊고,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약 30만 컷이라는 엄청난 양의 제주의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99년부터 손이 점점 떨리게 되는 게 심각해져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2001년 병원에서 루게릭 병을 진단을 받고, 자신의 사진을 보관하기 위해 그리고 사진을 공개하기 위해 제주도 삼달리에 있는 폐교를 빌려 갤러리 두모악을 열었다. 그리고 2005년 5월 29일, 죽기 전까지 제주를 사랑한 김영갑 작가는 눈을 감았다.

사진은 계속 바뀌지만 갤러리의 구성은 크게 4개로 나눌 수 있다. 전기 작품들을 전시하는 공간 하나와 후기 작품들을 전시하는 공간 그리고 고 김영갑 작가님의 생전 모습을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는 공간과 작업공간들을 볼 수 있다.

 

 

 

 

그의 전기 작품의 특징은 정방형 1:1 비율의 사진이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롤라이플렉스 같은 중형 카메라를 쓰셨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고 나서 후기 작품엔 파노라마 비율의 후지의 tx-1을 쓰셨는데, 1:1 비율로 표현하기 힘든 넓은 제주의 풍경과 오름을 표현하기에 정말 멋진 선택이라는 것을 작품들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다.

 

 

 

 

김영갑 작가의 작업실

 

 

 

 

 다큐를 보며 살짝 눈시울을 붉히는 사람들도 있었고, 갤러리는 정말 조용했다.

 

 

 

 

김영갑 작가는 평생 동안 제주의 오름과  바람을 따라다니며 무거운 대형 카메라, 파노라마 카메라를 등에 지고 한참 동안이나 오름을 바라보며 매번 다른 모습을 촬영했다.

 

 

 

 

김영갑 작가는 제주의 많은 오름 중에 다랑쉬 오름을 특히 자주 가고 좋아했다고 한다. 우리도 결심했다. 내일 아침 다랑쉬 오름을 우리의 다리로 올라가 보기로…

 

 

 

 

 

김영갑 갤러리의 정원

김영갑 선생님의 사진들을 보고 갤러리 앞의 정원으로 나왔다. 아늑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관람 후 여운을 느끼게 해줬다.

 

 

 

 

 

김영갑 갤러리의 입구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서 시간을 마치고,  “코토우라”라는 일본인 부인과 한국인 남편인 운영하는 민박에서 하루 지내기 위해 삼달리 깊숙이 들어갔다.

 

 

 

 

 

마을 입구에서 맞이해주는 백구와 황구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주는 귀여운 진돗개들… ㅎㅎ

 

 

 

 

민박 코토우라

일본에서 방금 가져 온 듯한 집이다. 코토우라에 갔을 때 옆에서 공사하는 소리에 가보니 부부가 아웅다웅하며 별채? 창고? 스러운 건물을 한채 더 만들고 있었다. 왠지 주인 아저씨는 건축일을 했던 경험이 있던 것 같다. 작더라도 직접 건물을 만드는게 쉽지 읺았을텐데 말이다.

 

 

 

 

 

객실은 총 3-4개쯤 돼 보였다. 각 방은 밖을 바로 볼 수 있게 툇마루와 연결 되어 있었다. 우리 객실 앞은 코토우라 마스코트 백구, 순돌이가 항상 쉬고 있었다.

 

 

 

 

 

피곤해서 나도  휴식….

 

 

 

 

마루에서 쉬거나 아침에 조식을 먹는 공간

 

 

 

 

객실 복도가 예뻐서 한컷
 
 
 
 
 
 

객실에서 짧은 휴식을 마치고 허기져있는 배를 달래기 위해 고민했다. “아침에 낚시꾼 아저씨가 회를 준다고 했는데 거기를 가볼까?” , “귀찮은데 주변에서 대충 음식점을  찾아볼까?”…

 

 

 

 

 

결국엔 귀차니즘이 승리하여, 숙소를 나와 근처에 있다는 친환경(?) 식재료로 건강한 음식만 만들어준다는 음식점으로 가기로 했다.

 

 

 

 

우리가 숙소를 나오자, 산책하는 줄 알았는지…. 아니면 우리를 안내해주겠다는 것인지… 순돌이가 계속 쫓아왔다.

 

 

 

 

 

출발하자 우리 앞에 앞장서서, 길을 안내해주는 영특한 순돌이…

 

 

 

 

가끔 우리가 잘 따라오나 뒤를 돌아보기도 했다.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가는 것인데… 순돌이의 저녁까지 사줄 순 없는데… 계속 따라오는 순돌이

 

 

 

 

 

다행이도 내 기분을 눈치챘는지 순돌이는 혼자 산책하러 어디론가 가버리고, 우리는 15분쯤 걸어서 자연으로 라는 음식점에 도착했다.

 

 

 

 

토마토 비빔국수와 우엉비빔밥을 주문했다.

 

 

 

 

 

새콤 달콤한 토마토 향이 매력적인 토마토 비빔국수

 

 

 

 

우엉과 고추장 없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비빔밥

 

 

 

 

그리고 별미인 수제(?) 건빵, 직접 만드신 꿀과 건빵이다. 생긴 것 만큼 귀엽게 맛도 좋았다.

 

 

 

 

 

혹시나 저녁에 배고플까 봐 건빵 한 봉지를 사서 나가려는데 음식점의 작은 고양이가 우릴 마중 나온다 ㅎㅎ;

 

 

 

 

아직 잘 걷지 못하는지 뒤뚱 거리는 새끼 고양이…

비 오는 날 밖에서 떨고 있는 새끼 고양이를 발견해서 키우고 계신다고 하셨다.

 

 

저녁을 해결하고 돌아오는 길, 할리를 타고 달려오는 멋진 아저씨들

 

 

 

 

우리가 삼달리에 올 때 탔던 버스도 지나가고

 

 

 

 

해가 뉘엿뉘엿 져가면서 붉은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재미 난 장소에서 사진도 찍고,

 

 

 

 

 

손에 봉숭아 물도 들일까 해서 봉숭아 잎도 조금 따고..

 

 

 

 

 

민박에 돌아와서 밖을 봤는데 주인 아주머니네 가족들이 박스만 가지고 아이와 재미있게 논다.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보니 조용하고 지루한 일본 슬로우 무비를 보는 느낌이었다.

 

 

 

 

평화로운 모습에 긴장되고 딱딱했던 몸과 마음이 조금 말랑해졌다.

 

 

 

 

하도리에서 구매했던 기념품들과 독립출판물 서점에서 샀던 기념품들을 하나씩 꺼내보고 그동안 일정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6일, 지금 생각해보면 짧지만, 걸을 때만큼은 시간이 더디게 흘러갔다.

보통 고통스럽고 싫은 순간들만 더디게 흘러간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빠르게 차를 타고, 정신없이 뛰어다니기만 했던 생활과 달라서 일까? 마냥 좋았지만 시간은 더디게 흘러갔다. 하지만 다 걷고 나서 생각해보면 2시간이면 차로 갈 수 있는 정말 짧은 거리이다. 짧은 시간, 짧은 길인데도 이렇게나 좋은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까지 가서 걷게 된 다면 어떤 기분일까? 3월 스페인으로 가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날은 저물어 아쉬움에 물들었다. 아쉽다… 일주일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은, 김영갑이 올랐던 그 다랑쉬 오름에 오를 것이다. 그리고 제주의 마지막 날을 멋지게 장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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